경북대학교 웹진 VOL.230 - 사람 중심의 세상을 꿈꾸며 사람을 위한 박물관을 만들다

KNU동문

vol230

사람 중심의 세상을 꿈꾸며 사람을 위한 박물관을 만들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참으로 묘한 위치에 있다. 단청과 기와가 조화롭고 고즈넉한 경복궁과 통유리로 무장한 고층 빌딩이 한눈에 보이는 장소에 있다. 통유리로 된 서울과 고즈넉한 한양의 경계를 지나 박물관 입구에 도착하자 알록달록 곱게 물든 단풍과 은행 사이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지런히 여행하고 있었다.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마저 초월한 곳 같았다. 박물관 직원들의 공간은 전시실과는 격리되어 있었다. 일반인들은 들어가 보지 못했을 비밀스러운 문을 지나 관장실로 향했다. 전통 문살 사이로 파고든 햇살이 참 따뜻한 이곳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의 관장 윤성용 동문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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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꿈이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꿈은 무엇을 위해 꾸고 있습니까?” 인터뷰에 앞서 윤성용 동문이 던진 질문이다. 그 또한 같은 질문을 젊은 시절에 받았고, 이로 인해 인생이 달라졌다고 한다. 질문을 받았을 때 윤성용 동문은 대학교수를 목표로 한 대학원생이었다. 그는 첫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당당히 대학교수라고 외쳤지만 두 번째 질문은 답할 수 없었다. “그 당시 제 인생 목표는 대학교수가 되는 것, 그것뿐이었어요. 대학교수가 되어서 무엇을 할지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있는 꿈이었죠.” 윤성용 동문은 그때부터 진정한 꿈과 삶의 목표를 찾기 시작했고, 박물관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제가 박사과정을 밟으며 대구 박물관에서 재직할 무렵, 초등학생단체 관람객이 우리 박물관에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그 아이들이 제가 구상한 판넬의 문구를 열심히 옮겨 적고 있더군요. 논문을 쓸 때처럼 심각하게 고뇌하며 적은 것도 아닌데 교과서처럼 읽고 쓰면서 공부하는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이로운 영향을 주면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졌어요.”
 꿈과 목표가 변하자, 윤성용 동문의 삶도 변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시키는 일만 적당히 했는데 이후에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하고 싶어서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아졌어요. 제가 일을 찾고 만들면서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었죠.” 즐겁고 적극적으로 일하면서 남을 위해 배려도 함께 하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윤성용 동문을 주변에서도 알아봐 주었고, 인정을 받아 지금 이 순간까지 올 수 있었다.

 “저는 세상에 절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딱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비밀과 공짜입니다.” 듣는 이가 있는 순간 비밀은 비밀이라 할 수 없고, 주는 것이 있는 이상 받는 것이 없을 수 없다. 공정하고 신뢰 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이 둘은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기도 하다. “공무원일수록 잘 지켜야 합니다. 판단의 결과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고 재는 순간 공평과 공정은 떠나 버립니다.”역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듯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밀을 발설하고, 공짜를 밝히면 결국 자신을 옭아매게 된다. “나의 욕심을 앞세우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편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요.” 배려를 통해 공정함을 찾고, 공정함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윤성용 동문은 이기주의를 지양하고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지향하고 있었다.

 후배들을 깊이 생각하는 윤성용 동문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끝없이 많지만 딱 두 가지만 당부하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 주저앉아 있지 마라. 무엇이든 해라.” 윤성용 동문은 세상에서 제일 안타까운 사람으로 ‘할 일 없어서 낮잠 자는 사람’을 꼽았다. “그 시간이 얼마나 아깝고, 안타깝습니까. 그러지 말고 일단 나갔으면 좋겠어요. 무엇이라도 보고 조금이라도 생각하길 바랍니다. 그래야 한 걸음씩 발전할 수 있어요.” 윤성용 동문의 말처럼, 주저앉아있으면 편하지만 편함에 순응하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된다. 발전 없는 무한 알고리즘에 갇히면 끊임없는 도태의 반복일 뿐이다.
 “두 번째, 관행을 따라가지 마라. 계속 변화 하라.” 익숙함을 이용하여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흐리는 것이 바로 관행이다. 윤성용 동문은 이런 관행에 안주하면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관행을 따른다는 것은 맞추어진 틀에 삶을 억지로 끼워 넣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안락하고 편할 수도 있지만 품은 독을 언제 뿜을지 모르는 무서운 것이기도 합니다.” 윤성용 동문은 관행을 그대로 따르기 보다는 스스로 생각 하며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 왜 이렇지?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거지? 하면서 계속 의문을 품으세요.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면은 없을까.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하고 고민하세요. 잘못되고 불필요한 관행은 끊임없이 부수고 바꿔야 합니다.” 관행은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통해 끝없이 분해하고 조립해야 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와 같은 진로 고민을 하며 그 속에서 삶의 가치를 깨닫고 길을 찾은 윤성용 동문의 말에는 온화함과 부드러움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다져진 올곧음이 있었다. 그 올곧음은 남을 찍어 누르는 딱딱한 것이 아니라 주변을 포용하는 따뜻한 마음이었다. 취업이 꿈이 되어버린 팍팍한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윤 동문은 따뜻하고 진심어린 조언으로 응원 하며 잊고 있던 삶의 본질을 짚어 주었다. 윤 동문과의 인터뷰는 나와 남에 대해 돌아보고 ‘사람 중심의 세상’이란 배려로부터 온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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