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웹진 VOL.243 - 하천을 수술(水術)하는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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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37

하천을 수술(水術)하는 지도자

이병준 교수는 단풍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만큼이나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우리 대학 선배이기도 한 이병준 교수는 인터뷰 시작부터 끝까지 학생들을 위한 말뿐이었다. 이번 호에서는 수자원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 표지논문으로 발표된 이병준 교수의 연구 과정 및 결과와 학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아보았다.

 저만의 영광이 아닌, 함께 한 모두의 노력으로 이뤄낸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여름철 땡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현장 샘플링을 함께 한 학생 연구원들부터 타 대학의 공동 연구원들까지 모두가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같이 노력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명한 저널에 저의 논문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노력한 만큼 결과물을 냈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뿌듯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하천, 호수, 바다 등 수자원 환경에는 수많은 종류의 유기물이 있습니다. 몇몇 유기물은 떠다니는 작은 점토질 입자와 상호작용하여 바닥으로 가라앉게 됩니다. 이렇게 유기물-퇴적물 혼합체가 가라앉아 형성된 층을 ‘펄층’이라고 합니다. 펄층은 검은색으로 외관상 보기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부패하여 수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최근 기후변화와 국가 대하천 정비 사업에 따른 하천환경 변화로 인해 펄층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계절에 따라 유기물 성분이 어떻게 변화하고, 펄층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연구 주제로 설정하였습니다.
 여름철에는 조류와 같은 미생물의 활성도가 높아집니다. 그 예로 ‘녹조라떼’가 있습니다. 뉴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녹조라떼’는 조류의 일종인 녹조로 인해 녹색으로 변한 강이나 호수를 비꼬아 이르는 말로, 특히 여름철에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조류 및 미생물은 긴 끈 같은 유기물체, 즉 생체고분자물질들을 생성합니다. 이러한 생체고분자물질들은 입자들이 서로 잘 엉겨 붙게 합니다. 따라서 저는 연구의 가설로 여름철에는 조류가 번성하여 생체고분자물질들이 많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펄층이 형성되는 것이라 설정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연구를 통해 가설을 입증해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가설 외에 발견한 특이사항이 있었습니다. 수중에는 부식산이 존재합니다. 부식산이란, 토양에 있는 나뭇잎 같은 식물체들이 분해되어 생성되는 유기물입니다. 이러한 유기물들은 오히려 유기물과 입자 간의 응집을 방해하고 탁한 물을 만들어 입자들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녹조와 펄층 형성 등의 하천 환경 문제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저의 단편적인 연구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저는 연구를 통해 미생물과 펄층의 계절적 패턴을 확인하고, 펄층 형성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이 사실은 향후 수자원 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기초 데이터가 될 것이며, 수자원 관리 운영 방안을 수립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연구원들과 함께 했던 현장 샘플링 시간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현장에서 샘플을 얻기 위해 10미터 이상의 높은 보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는 4리터 정도의 샘플 튜브를 하천 바닥까지 내렸다가, 우물에서 물을 긷듯 끌어올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흐르는 여름철 땡볕이었지만, 묵묵히 최선을 다해준 학생연구원들의 모습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너무 고생을 했던 기억이라 참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지금까지는 잘 제어된 작은 규모의 실험 환경에서 연구를 수행했다면, 이제는 직접 현장에 나가 실제 규모의 시공간적 펄층 형성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음향 측심기와 같은 변형된 수중 레이더를 활용하여 바닥면을 입체적으로 측정해보고 싶습니다. 계절에 따른 변화 추이 관측도 앞으로 해내야 할 과제 중 하나입니다.
 또한 펄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벨기에 연구진과 공동 연구 및 개발 중입니다. 이 모델을 우리나라 4대강에 적용하여, 펄층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컴퓨터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학생들은 당장 정책을 수립하는 결정권자나 연구 수행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해봤습니다. 제가 생각한 학생 차원에서의 노력은 ‘관심’인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사회에서의 영향력이 미미하더라도 제반 지식을 쌓아놓고 끊임없이 관심을 가진다면, 향후에 사회에서 활동할 때 반드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 확신합니다.
 또한 각 전공자의 시각에서 기후변화 관련 문제 파악과 해결방안에 대해 고심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와 더불어 기후 변동성 등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 증대에 본인의 전공 시스템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호기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미래 진로 선택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건설방재공학부는 건설방재전공과 건설환경전공, 두 개의 전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건설방재전공에서는 지진, 홍수, 산사태 등 사회 인프라에 위협이 될 만한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공부합니다. 건설환경전공에서는 물, 공기, 토양 등에서 일어나는 환경오염 문제와 해결방안을 공부합니다. 요약하자면 인류 생존에 위협이 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해결방안을 탐구하고, 전 지구를 지키는 인재들을 길러내는 학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의사는 수술을 통해 한 번에 한 명씩 살려내지만, 건설환경공학자는 환경문제 해결을 통해 수십, 수백만 명을 동시에 살린다.” 건설환경전공 교수로서 제가 학생들에게 종종 하는 말입니다. 19세기 경 유럽 지역에 콜레라가 창궐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이때 토목, 환경 공학자들은 상하수도 시스템을 도입하여 수십,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살려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아주 작은 규모부터 전 지구적 규모를 연구하고, 수백만 명을 살려낼 수 있는 큰 영향력을 가진 인재들을 길러내는 건설방재공학부에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때때로 소통의 부재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주류에 속하고 싶은 것이 대다수의 마음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작은 문제도 간과하지 않는 새로운 시각을 가진 사람이 되십시오.
 두 번째는 타 전공자와 협업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기본 소양을 갖춘 융합형 인재가 되라는 것입니다. 미국 수자원 연구지가 제 연구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바로 융합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세입자는 지질학자가, 유기물은 생화학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저는 환경, 지질, 생물,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이들을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학문 간의 융합이 더욱 중요하고, 또한 학제간 연구가 많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때 소통의 기술이 가장 중요한데, 다른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과 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본적 소양을 갖춘 인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대학도 최근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교양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노력하고 있어 저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에 충실하여 미래 융합 학문 시대를 잘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저의 인터뷰가 우리 대학 재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학업에 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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