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웹진 VOL.241 - 공감을 통해 행복을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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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41

공감을 통해 행복을 디자인하다

부드러운 미소의 첫인상을 가진 조철희 교수와의 인터뷰는 솔직함, 전문성, 특별한 가치관으로 가득했다. 대내외적으로 뛰어난 업적이 너무 많아 1시간이 무척 짧게 느껴진 조철희 교수와의 만남이었다.

Q1. 교수님께서는 지난 2018년 11월부터 운행되었던 ‘김포 지하철 디자인을 총괄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소감과 직접 디자인을 총괄하신 차량이 실제 운행되었을 때의 기분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 머릿속에 있던 것이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실물로 탄생하고, 그것이 대중들이 이용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디자인 총괄은 디자인부터 3D 모델링, 클라이언트 설득, 발표로 진행됩니다. 김포 골드라인 노선의 디자인은 2013년도에 확정됐습니다. 그 이후 토목 공사, 역사 건설, 신호장비 등의 도입에 4~5년, 열차 제작 1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운행 시작 시점을 기준으로 이미 5~6년 전에 디자인이 된 거죠. 지금 보면 최근 트렌드에 맞지 않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Q2. 교수님께서 디자인을 총괄 하시게 된 계기와 차량 디자인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외형적인 특징, 김포와의 연계성, 디자인하실 때 특별히 고려한 점 등)

 1998년, IMF 외환 위기가 시작된 당시 대우 중공업, 한진 중공업, 현대 중공업 3개 회사가 현대 정밀공업(현재 현대 로템)으로 합쳐졌습니다. 국토는 좁고 수출은 잘 안 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제작하는 열차는 철판을 붙인 투박한 형태였고, 디자인의 개념은 없었습니다. 그 때 홍콩에 지하철 수출 건을 수주했는데, 조건이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담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지하철 디자인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김포의 김은 ‘금’을, 포는 ‘항구’를 뜻합니다. 디자인을 할 때 금, 은색은 큰 가치가 없는 색이지만, 김포의 정체성을 살리는 의미로 금색을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이름에도 골드라인으로 제안했습니다. 또 이 지하철은 2량의 경량 전철입니다. 길이가 짧지만 강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측면에 강한 띠를 둘러주었습니다. 하나의 물성이라는 느낌과 수평적인 연결감을 강조했습니다.

Q3. 선정된 차량디자인은 선호도 조사에서 시민의 참여가 높았던 것과 더불어 가장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시민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그들의 호감을 가장 많이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

 사실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설문을 실시하는 이유는 첫째, 전철은 사적인 물건이 아닌, 김포시민들이 이용할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일종의 홍보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 일에는 여러 사람들이 관여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만의 감성으로 제작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설문을 하게 되면, 일반적인 시선으로 공감할 수 있는 지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당시 김포엔 지하철이 없었는데, 지하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시민들은 설문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였습니다. 대구 3호선 건설 때에는 상황이 달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의식을 보여준다면 더 좋은 문제해결방법을 제시하는 무언의 수단이 되어, 디자인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Q4. 교수님께서는 철도차량 디자인과 더불어 산업디자인 분야를 주로 연구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을 하실 때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우선순위는 무엇입니까?

 디자인의 첫 번째 단계는 ‘Form Follow Function' 이었습니다. 기능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형태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기능은 가장 기본적인 역량으로 변했습니다. 그다음 단계는 ’Form Follow Emotion', 감성입니다. 최근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무엇이냐고 하면 ’Form Follow Fun'입니다. 결국은 사람이 이용하는 것이니까, 그 과정에서 행복도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이것이 모든 디자인에서의 최근 흐름 입니다.
 기능이 가장 기본이기는 하나, 기본을 다 했다고 해서 디자인을 전부 다 한 것은 아닙니다. 열차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열차는 편리함을 위한 것이지만, 사용하는 사람들의 감성적 충족과 행복을 위해서 아주 사소한 디테일까지 신경을 씁니다. 이를테면 열차의 어느 곳에 서있더라도 팔을 뻗으면 무엇이라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키가 작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손잡이가 긴 것은 안쪽에, 짧은 것은 바깥쪽에 두기도 합니다. 화재 대비나 항바이러스 기능을 고려하여 재료를 결정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의자의 털 길이마저도 디자인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결국에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고 행복하게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람과 어떻게 교감을 할 것인가’, ‘어떻게 행복을 느끼게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며 그것이 모든 학문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Q5. 디자이너라는 직업 특성상,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이 중요시됩니다. 이와 관련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맡게 되더라도 갈등은 항상 생깁니다.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것은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의 능력을 가지는 것입니다. 특히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와 같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도 그에 못지않게 다양한 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입니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디자이너는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답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최종적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실제적인 능력 또한 갖추어야 합니다.
 디자이너는 어느 한 분야에 함몰되어 있으면 안 됩니다. 디자인에는 변수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 변수를 전부 통제하기 위해서는, 좁고 깊은 우물보단 얇고 넓은 바다가 더 유리합니다. 이 넓은 부분들에 대한 이해관계를 복합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하는 능력을 갖추어야합니다.

Q6. 교수님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28살, 대학원 졸업장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전임교수로 취임을 하게 되어서 디자이너로서의 삶이 반 틈, 교수로서의 삶이 반 틈입니다. 어떻게 하면 교수와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이 양립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었습니다. 일상생활과 연관되어 있는 학문을 가르치는 사람은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통해서 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저는 바깥 경험을 쌓으면서 축적된 노하우를 학생들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좋습니다. 열차뿐만 아니라 공간, 그래픽, 연출, 환경 등 모든 분야의 디자인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의 이러한 경험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지금으로서의 목표입니다. “방향이 다르면 속도는 상관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목표를 거창하게 만들어 달리기보단 현재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Q7. 디자인학과에 관심 있는 예비 신입생들에게 디자인학과만의 매력에 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디자인의 가장 큰 장점은 ‘창조’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고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일’이 되고 ‘과제’가 되는 순간 부담이 되고 힘이 듭니다. 디자인학과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하고 싶어서 온 사람들입니다. 순수 자기 의지로 선택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디자이너들은 매번 새로운 것과 창조해내는 것에 고통이 아닌 즐거움을 느껴야 합니다. 세상에는 3가지 일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이 3가지입니다. 세 박자가 전부 다 맞는 일은 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 그들이 발전해가는 것을 보는 것이 굉장히 즐겁고, 디자이너로서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 세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이 일들이 굉장히 활력이 됩니다. 저는 그것이 디자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Q8.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대학생활, 취업준비, 사회생활 등에 관해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요즘의 사태를 보면 ‘공정한 기회라는 것이 어떤 것이냐’라는 질문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준비된 사람에게는 그것이 보입니다. 허황되게 스펙을 갖추는 것만이 아닌,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브랜드의 가치를 올려놓으면 눈높이가 커지고 세상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로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끼, 끈, 깡, 꼴, 꾼’이라고 합니다. ‘끼’라는 것은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의지와 능력입니다. ‘끈’이라는 것은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아닌, 네트워크입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관계에 익숙해져야 하며 그러한 관계를 잘 만들어 내야 합니다. ‘깡’은 말 그대로 의지를 실천할 수 있는 깡입니다. ‘꼴’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와 스타일입니다. ‘꾼’은 스페셜리스트입니다.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전문적인 지식, 해결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것이 스스로 가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과정이며 결과입니다. 지방대학이라고 해서 지역적 한계를 두면 안 됩니다. 요즘 같은 네트워크 세상에 위치란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미국이나 인도에 가지 않아도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가짐과 자기화하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가 노력하는 이유는 최종적으로 행복하기 위해섭니다.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공평함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하는 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 속에서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며 결과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행복할 것이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노력들이 모든 기회를 만들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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