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웹진 VOL.229 - 안녕 한국, 쁘리벳 러시아!

글로벌 리포트

vol229

안녕 한국, 쁘리벳 러시아!

교환학생은 설레는 경험이지만 필연적으로 두려움도 따른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과 낯섦 때문이다. 나 또한 해외로 나가서 사는 것이 막연히 무서웠다. 하지만 직접 부딪힌 러시아에서의 생활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았다. 실체도 없는 두려움 때문에 교환학생에 대한 도전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부터 나의 교환학생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내 이야기를 듣고 교환학생을 꿈꾸는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교환학생을 가면 풍경, 주변인, 먹거리 등 처음 접하는 환경에서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적응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생소하고 불안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에게 쿠반 국립 대학교는 마냥 낯선 장소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리운 학교였다. 작년 8월, 나는 인문대학교에서 진행한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달 동안 쿠반 국립 대학교에서 공부하였다. 그 당시 나는 이제 막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러시아어 초보였다. 말도 제대로 트지 못한 채 왔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한 상태였는데 막상 지내보니 교수님들도 친절하게 말을 걸어 주시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귄 덕분에 러시아어 실력이 제법 늘었다. 귀국한 뒤에도 러시아에서의 좋은 기억이 계속 생각나서 올해 1학기에 한 번 더 쿠반 국립 대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열심히 준비한 덕분에 원하던 쿠반 국립 대학교로 교환학생을 갈 수 있었다.
 가고 싶은 학교로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서는 학점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나는 쿠반 국립 대학교로 가기 위해서 전공 성적을 최대한 잘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또한 러시아 교환학생 선발은 노어노문학과 자체적으로 독해 및 문법 시험을 치른 후, 국제교류처에서 러시아어 면접도 봐야하기 때문에 각각 준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시험 대비는 평소 전공 공부를 하던 책으로 공부하였고, 면접은 자기소개, 지원동기, 나의 장점 등의 내용을 러시아어로 암기하는 식으로 준비했다. 다행히도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원하던 쿠반 국립 대학교로 갈 수 있었다.

 쿠반 국립 대학교의 캠퍼스는 우리 대학만큼 크지는 않지만 풀과 꽃, 나무들이 매우 많고, 잘 가꿔진 공원을 도처에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러시아인에게 ‘산책’이란 매우 큰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공원과 같은 공간을 더 정성스럽게 잘 꾸며놓으려 하는 것 같았다. 나도 쉬는 날에는 알료나, 마샤와 만나 함께 산책을 하거나 분수대 근처에 돗자리를 깔고 놀기도 했다. 알료나와 마샤는 작년에 다녀온 여름 연수 프로그램에서 사귄 친구들이다.
 알료나, 마샤 말고도 교환학생을 가면서 만나게 된 친구도 있었다. 까쨔라는 친구인데, 한국어를 매우 잘하는 친구다. 까쨔는 쿠반 국립 대학교 학생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러시아인 친구들 약 20명과 함께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인 중 원하는 사람들은 매주 그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고, 나도 그 수업에 참여해서 서로 언어적 도움을 주고받으며 많은 로시아인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지금도 그들과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 등의 SNS를 통해 연락을 하고 지낸다. 나에게는 이렇게 사귄 친구들이 교환학생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이다.
 평소에는 보통 9시 30분쯤 일어나 10시 30분부터 3시나 4시 반까지 수업을 들었다. 나는 학교에서 지정해준 러시아어 문법, 회화, 작문, 발음 강의뿐만 아니라 ‘영화 속의 러시아’도 추가로 신청해서 수강했다. 이 수업은 다른 외국 학생들과 함께 듣기 때문에 처음에는 따라가기 버거웠지만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하면 된다는 생각과 러시아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강하게 얻게 되었다.
 시간표를 짜다 보니 점심시간이 매우 짧아서 항상 수업을 다 들은 이후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었다. 기숙사 내에 부엌이 있어서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고, 주변의 식당에 가서 사 먹기도 했다. 기숙사 근처 마트에는 김치도 팔았다. 그 덕분에 한국에 대한 향수가 느껴질 때마다 위로를 얻곤 했다. 러시아도 유럽 국가이니 물가가 비쌀 줄 알았는데, 크라스노다르 주는 물가가 매우 싸고 특히 KFC는 한국보다 저렴해서 자주 방문했었다. 스타벅스도 단골로 드나들었는데, 교환학생이 끝날 즈음에는 직원분이 내 이름과 자주 시키는 메뉴까지 기억하셨다. “릴리아, 카페모카 맞지?”

(사진 출처. 박은비 학생)

 대부분의 3학년이 그렇듯이, 나 역시도 진로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러시아어만으로는 불안했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어떨지 고민했고, 복수전공으로 행정학을 선택했다. 이번 교환학생을 다녀온 뒤 러시아어를 더 깊게 공부할 것인지, 공무원 시험에 집중할 것인지를 정할 계획이었다. 다행히도 러시아 생활을 통해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았다. 나의 답은 러시아어였다. 크라스노다르 주에 머무는 동안뿐만 아니라 4월 연휴에 다녀온 모스크바 여행에서도 러시아어 학도라는 것에 대한 뿌듯함과 강한 프라이드를 느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던 사람과 그 언어로 생각을 교류하고,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굉장히 신나는 전율을 주었다. 교환학생으로 떠나기 전에는 막연히 러시아를 먼 나라로 생각하고 러시아어를 어려워했지만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러시아어 활용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얻었다. 모스크바에서 ‘KIA 자동차’, ‘삼성 모바일’, ‘롯데호텔’을 보았을 때 벅차올랐던 감동을 되새기며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기업에 입사하여 꿈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는 이 꿈을 위해 러시아어 자격증 공부부터 관련 대외활동까지 전공 공부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교환학생은 분명 좋은 경험이다. 흔히들 걱정하는 인종차별을 비롯한 단점들 때문에 외국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며 느낄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 또한 러시아에 다녀오고 나서 '백문이 불여일견(百聞이 不如一見)'이라는 말을 더욱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조금 더 자신 있게, 더 많은 희망을 갖고 꿈을 꾸셨으면 한다. 내가 그러했듯이, 어쩌면 그곳에서의 삶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놀랍고 큰 의미로 남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행이든 학업이든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하고 성취해가는 기쁨을 꼭 누리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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