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U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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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각자 자신만의 독특한 인생사를 가지고 있듯이, 도시에 존재하는 수많은 길도 모두 하나씩 이야기를 품고 있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꺼내보는 일은 오롯이 그 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몫이다.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내보지 않으면 도시는 그저 멈춰 있을 뿐이다. 여기 도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소중히 꺼내보고, 간직하고, 다시 새로운 이야기로 다듬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람이 있다. 이번 245호에서는 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 권상구 동문을 만나보았다.
 
 
 권상구 동문이 맡고 있는 일은 대구의 도시와 맞닿아 있다. 단순히 '존재'의 역할만 수행하던 도시와 골목, 길들의 역사를 발견하고 새로운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바로 그가 하는 일이다. 처음에 그는 '문화기획자'로서 지역 및 도시 문화에 발을 들였다. 당시 문화기획자라는 말은 지금으로 치면 '세상 탐험가'라는 말과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생소한 말이었다. 그는 문화기획자라는 이름을 달고, 대구의 골목과 길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하나씩 탐험해나갔다.
 그 결과로 대구 골목에 이야기를 접목시켜 '근대골목투어'라는 스토리텔링식 문화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이것은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무(無)로 존재하던 대구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조했다. 골목투어 콘텐츠로 근대골목은 2012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었고, 권 동문은 그해 대구 시민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문화기획자에서 한 걸음 성장한 그는 지금 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이자 수성구청 문화도시사업 총괄코디네이터로서 살아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도시재생사업 및 문화예술사업을 기획하고 컨설팅하는 것이 그의 주된 업무다. 이처럼 지역 안에서 문화와 이야기를 만들어가던 그는 이제 지역을 딛고 국제로 나아가는 단계를 준비하는 중이다.
 
 
 대학 시절, 권 동문은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면서 'The KNU Times' 영자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자연스럽게 그에게 영어는 친숙한 것이 되었고, 영어를 매개로 좋아하는 활동들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처음부터 그가 지역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 시절 관심 있었던 분야는 지역이 아닌 국제 사회였고, 그에 걸맞게 국제문제전문가라는 직업을 꿈꿔왔다. 언제나 먼 곳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그의 마음을 바꿔놓은 건 2000년, 서울에서 개최됐던 ASEM 회의였다.
 그는 한국 학생운동 대표로 회의에 참가하여 독일, 일본 등의 다양한 국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학생들이 진정으로 자기 나라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들의 실속 없는 얘기를 듣고 있자니 문득 자신이 하고 있던 활동에 대한 정체성이 고민되었다. 그 고민들은 곧 먼 곳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내가 사는 곳, 즉 나의 지역 '대구'에 집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대구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국제로 나아가려고 했던 그는 그날 이후로 대구에 중심을 두고, 탐구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그가 했던 첫 번째 활동은 대구 문화지도 그리기 활동이었다. 그 당시 대구에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골목들이 많았다. 자세히 뜯어 보면 풍부한 이야기를 가진 골목이지만, 아무도 그 곳을 해석하려 들지 않았다. 대구의 골목들은 안내판도 없이 그저 일상 속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권 동문은 후배들과 함께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면서 그 곳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여 골목을 새롭게 해석한 문화지도를 만들었다.
 문화지도를 완성한 뒤, '지도에 있는 지역을 안내해 줄 수 있느냐'라는 한 사람의 전화를 받고 그는 사람들에게 지도에 있는 지역을 안내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한 사람의 전화로 우연히 시작한 활동이지만, 그것이 시작점이 되어 근대골목투어라는 콘텐츠가 탄생했다. 이후 근대골목투어가 지자체 사업과 연결되면서 골목투어는 그가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주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도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해석하고 안내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그의 일이 되었다.
 
 
 권 동문이 지금까지 이루어낸 성과들은 철저한 계획과 목표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지역 문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대구 문화지도 그리기 활동이 시작되었고, 문화지도를 본 누군가의 전화 한 통으로 인해 근대골목투어가 시작되었다. 근대골목투어가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그가 하는 일의 규모도 커졌고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된 것이다. 모두 아무 목표 없이 시작한 일이지만, 오히려 그렇게 시작한 일들이 소중한 결과물이 되고 큰 성과가 될 수 있었다며 말을 전했다.
 권 동문은 대학 시절에 가졌던 목표는 딱 하나, '대학 시절에 했던 생각들을 시간이 지나서도 계속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다. 과 활동, 신문사 활동을 하면서 가졌던 생각들은 곧 소중한 자산이었다. 그는 나중에 캠퍼스 담장을 넘어 사회 활동을 하더라도 그 생각들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요즘 사회는 목표를 너무 많이 요구하는 사회고, 그 때문에 목표에 너무 매여 사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는 목표에 대한 강박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권 동문은 이를 도시에 비유하여 설명했는데, 예전의 도시는 목적지로 이동하는 수단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도시를 목적지, 즉 목표 없이 산책할 때 문화적인 변화가 생기고 발전할 수 있다. 도시를 산책한다는 것은 삶의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고, 산책처럼 목표 없는 활동에서 곧 좋은 발견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삶 또한 다르지 않다. 목표에 얽매 있다 보면 정말 소중한 것을 놓치기 십상이다. 당장 목표가 보이지 않는 일이더라도 그 일이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성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권 동문은 지금도 큰 목표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 그가 하는 일들이 하나하나씩 모여 큰 의미를 만들어내고, 또 다른 멋진 성과를 낼 것이다. 앞으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탐험해나갈 권상구 동문의 행보를 학생리포터가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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