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교환학생을 결심한 계기는 단순하다.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더불어, 외국 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함께 대학 졸업 후에는 외국에서 생활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영어권 국가를 생각했지만, 방향을 바꾸어 멕시코를 선택했다. 전역 후 관심을 가지게 된 스페인어 덕분이다. 이렇게 시작된 멕시코에서의 교환학생, 교환학생이 끝나고서도 멕시코에서 살고 있을 만큼 내 인생에서 뜻 깊은 경험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내가 멕시코 교환학생을 지원했을 당시는 학점 3.0 이상이라는 조건이 있었을 때였다.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을 만큼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커트라인이 다소 낮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영어였다. 공인 성적이 있다면 당연히 가산점을 받을 수 있었고, 인터뷰 역시 영어로 진행됐다. 더불어 교환학생 파견이 결정된 후에는 무조건 영어논술 테스트와 첨삭을 받아야 했기에 최대한 많이, 그리고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멕시코에서 영어 수업을 들을 계획 역시 있었기에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영어뿐만 아니라, 나는 스페인어 역시 꾸준히 준비했다. 학교 안에서는 영어를 써도 큰 어려움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해서 공고육의 수준이 낮고 문맹률이 높기 때문에 학교 밖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기 때문이었다. 교환학생 가기 4개월 전부터 스페인어를 공부하며 그 나라의 언어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멕시코에서 역시 첫 수업은 9시에 시작했다. 나는 학교 주변의 가정집에서 살았는데 학교까지 걸어서 15분 거리인데다 집 바로 건너편에 셔틀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늦잠을 자더라도 지각하지 않고 학교에 도착해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다닐 때와는 달리 다소 적은 수인 4과목만 수강했다. 교환학생으로서 필히 수강해야 하는 스페인어 수업만 제외하고는 현대 철학, 영상 촬영 같은 대학을 다니며 한번쯤은 꼭 들어보고 싶었던 수업만 신청했다. 학점만 채우기 보다는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온 김에 좀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강의 내용은 생각했던 것보다 만족스러웠고 교수님들 역시 유쾌하게 수업을 진행하셨기에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수업이 절대 만만하지만은 않았다. 점수도 후하게 주시는 편이 아니어서 공부를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
 12시, 점심시간이 되어서는 학교 식당이나 학교 바로 옆의 ‘소리아나’라는 큰 마트에서 식사를 했다. 학교 식당보다는 마트가 더 저렴했다. 학교 식당은 우리나라에서와는 다소 다르게, 매일 달라지는 여러 음식을 골라 계산대에 가져가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점심 식사 후, 오후 수업을 마치고는 셔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보통 공부와 과제를 했지만, 가끔 저녁에 직장에 다니는 룸메이트들과 함께 영화를 보거나 거실에서 함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시험기간만 제외하고는 수업이 없는 날이나 주말에는 대부분 친구들과 지냈다. 다른 학교에서 파견된 한국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파티를 좋아하는 유럽 친구들과 함께 친구 집에서 여는 파티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런 파티를 멕시코에서는 ‘피에스타’라고 했다. 가끔 ‘센트로’라고 불리는 몬테레이 시내에 나가기도 했다. 그곳에는 ‘파르케 푼디도라’라는 유원지와, 이어지는 기나긴 수로가 있었다. 그 곳에서 배를 탈 수도 있었지만, 나는 늘 걸어서 산책을 하곤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가끔 집에서 룸메이트들과 함께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다 같이 재료 구입을 위해 마트에 가고, 소스를 만들기도 하고, 집 앞의 작은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밤새 웃고 떠들며 먹었던 기억 역시 있다.
 

(사진 출처. 김홍준 학생)

 
 
 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멕시코에서 역시 여행을 많이 했다. 혼자 와하까 ‘Oaxaca’라는 지역으로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시내에서 해변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버스로 7시간이 걸린다는 말을 듣고 중간에 계획을 바꿔 산 정상에 있는 어느 마을에서 내려 쉬기로 했다. 그 곳의 여관에서 하루를 머무르며 건너편의 또 다른 산봉우리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았다. 산 위에 떠 있는 장엄한 구름과, 그 위에서 은은하게 저물어가는 태양이 조화를 이룬 초현실적인 풍경이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알고 보니 그 마을은 구름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라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나 역시 그곳에 하루만 머물 계획이었지만 경치에 반해 3일이나 머물렀다.
 한편, 힘들었던 경험 역시 있다. 친구와 같이 산 루이스 포토시(San luis potosi)라는 지역으로 여행을 했다. 황무지 한 가운데에 있었는데, 주변에는 선인장과 잡목밖에 없는 외진 곳이었다. 그 때 친구와 크게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한참을 싸우다가 그 친구가 다시는 만나지 말자며 나를 차 밖으로 내쫓아버렸다. 친구 관계와, 여행이 무산된 것은 둘째 치더라도 그 친구가 내 버스표와 여분의 돈까지 가져가버렸다. 집은커녕, 어떻게 주변마을까지 나가느냐가 가장 큰 문제였다. 걱정을 하는 와중에 운 좋게도 지프를 타고 다니는 여행자들을 만나서 돌아올 수 있었다.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기간이 끝난 후 한국에 돌아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바로 ‘너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소극적이었던 나 자신이 적극적으로 변하고, 성격 역시 밝아졌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멕시코에서 수많은 국가의 사람들과 만나며, 단순히 피상적인 이미지와 고정관념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을 바라보던 모습은 없어지고 좀 더 보편적인 시각으로 그들에게 다가가게 되었다. 비록 6개월간의 다소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인생의 전반적인 부분을 바꾼 교환학생은 평생에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