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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내 해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다수의 학생은 오랜 시간 전부터 참여 의지를 불태우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을 거라 생각된다. 어이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학교에서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고 특별한 이유 없이 해외 프로그램에 지원하였다. 내가 참여한 해외 프로그램은 ‘대학혁신지원사업 북방문화통상융합전공 방학 중 해외어학 및 문화연수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융합 전공인 북방문화통상융합전공에서 실시한 프로그램이다. 갑자기 지원하게 된 프로그램이었기에 준비할 시간도 크게 준비할 것도 없었다. 연수계획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게 된다. 연수계획서는 정해진 형식 없이 간단히 적어서 제출했고, 면접도 자기소개 정도만 준비해서 갔다. 면접 당시에 많이 긴장했지만 교수님들께서 좋은 분위기로 잘 이끌어주셔서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전반적인 일정은 빡빡하지 않고 느슨했다. 평일 오전에는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엠게우)의 어학당에서 수업을 들었다. 구체적인 수업에 대해서 말하자면 내가 있었던 반은 러시아어 초급반이었다. 러시아어를 하나도 모르는 학생들이 모여있었기에 알파벳부터 차례차례 배워나갔다. 이후에는 인사, 안부 묻기, 길 묻기 등 기본적인 회화를 배웠다. 언어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기후, 인물, 전통 등 문화도 배우며 현지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대해서도 배웠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당시에는 인사도 겨우 했었는데 프로그램이 끝나갈 때는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날 배운 러시아어를 바로 현지 식당이나 거리에서 사용하니 배우는 속도가 훨씬 빨랐던 것 같다.
 1시쯤 수업이 끝나면 각자 자기가 가보고 싶었던 관광지를 구경하거나 마트에서 생필품을 샀다. 쉬고 싶은 날에는 바로 기숙사로 들어가거나 근처 공원에서 산책하기도 했다. 기숙사에 통금이 없어서 각자 일정이 마치는 대로 돌아와 저녁을 먹거나 외식을 하기도 했다. 주말이나 수업이 없는 날에는 단체로 현지에 있는 한국기업을 견학하기도 했고, 러시아에 계시는 경북대학교 동문 선배님들을 만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제일 좋았던 기억을 꼽자면 스케이트장에 갔던 날이다. 기숙사에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공원에 꽤 큰 야외 스케이트장이 있었다. 처음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집중한다고 잘 몰랐는데 몸에 긴장이 풀어지고 나니 눈앞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밝은 조명 아래 동그랗게 조금씩 내려앉는 눈은 매우 아름다웠다. 추운 날씨였음에도 살포시 내려앉는 몇 송이의 눈들이 추위를 잊게 하였다. 게다가 실시간 밴드가 공연하는 음악 소리까지 어우러졌던 그 순간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좋은 일과 불행한 일은 항상 함께 찾아온다고 했던가. 당시 불행했던 나의 심정은 타국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던 사람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속상하게도 분실한 핸드폰은 결국 찾지 못했다. 분실신고를 위해 경찰서도 가고 여러 가게도 들락날락했다. 아이러니하게 많은 러시아인과 대화를 강제로 하게 되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영어를 할 줄 몰랐기에 러시아어가 빨리 늘게 되었다. 물론 잠깐의 배움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전일희 학생)

 
 
 북방문화통상융합전공에서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세상을 보는 나의 시야를 터주었다. 3주가량의 시간 동안 현지인들을 만나며 친구가 되기도 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은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운 예를 들어보자면 이전에는 당연하게 ‘와인은 차갑고 눈이 오면 우산을 써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와인도 있고 펑펑 내리는 눈에 개의치 않고 거리를 걸을 수 있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세상에는 여러 문화가 있고, 그 문화에 담긴 이야기들을 존중하며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걸 알았다. 무엇보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가장 크게 얻은 건 처음 만나 함께 수업을 들으며 관광지 구경을 다녔던 친구들이 아닐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러시아어와 러시아 문화를 배우는 것이라 해서 여러 걱정을 하는 학우들이 많을 것 같다. 물론 날씨, 인종차별 등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3주 내내 손발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운 날씨였지만 단단히 옷을 입는다면 우리나라 겨울 날씨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간혹 동양인을 비하하는 언행을 보고 듣기도 했지만 러시아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절했다. 기념품 가게를 물어봤을 때 직접 길 안내를 해주신 분들도 계셨다. 소수의 무례한 사람들 때문에 여행을 망칠 수는 없다. 가볍게 무시하고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과 많은 추억을 쌓으면 된다. 큰 걱정을 앞세우지 말고 차분히 준비한다면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러시아에서 좋은 추억을 쌓고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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