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만나요

여러분은 본인이 쓴 글이 책으로 출판되는 꿈을 꾸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누군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책을 내는 것에 대해 로망을 가지고 있더라도,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 대한 부담감이나 책이 팔리지 않을 것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본인의 글을 혼자서만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호 웹진에서는 학창시절부터 소소하게 키워왔던 책 출간의 꿈을 실현한 조수룡 학생을 만나보았다. 그는 신인작가의 출판을 도와주는 플랫폼을 통해 스스로 인생의 첫 시집 ‘The book Dyed by Alkanet’을 발간하였다.
 
 조수룡 학생은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하게 시를 써왔다. 그는 주로 마음이 힘들 때 시를 많이 썼다. 한 장 한 장 시를 써온 지 5년 째, 그가 시를 적어온 공책은 벌써 다섯 권이 되었다. 시집의 제목으로 사용한 ‘알카넷(Alkanet)’이라는 단어는 붉은 색 염료라는 뜻에서 유래하였으며, 뿌리가 빨간색이고 꽃은 파란색인 다년초 식물의 이름이다. 조수룡 학생은 이 식물이 멋있고 독특한 것 같아 본인이 마지막으로 사용한 빨간색 공책의 색깔과 연관 지어서 시집의 이름을 지었다. 시를 쓰는 공책은 항상 따로 마련하여 사용한다는 그는 이번 시집에서 목차에 명시해 둔 영문자 B, G, Y, O, R이 각각 그의 검은색(B), 초록색(G), 노란색(Y), 주황색(O), 빨간색(R) 공책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목차에서 굳이 공책의 색깔을 표기한 것은 본인의 발전과정을 담는 동시에 독자에 대한 이해와 양해를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혼자서 책을 출간하는 과정은 결코 쉬웠던 것만이 아니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오듯이 조수룡 학생 역시 책 출판에 대한 부푼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책을 발간하는 데에 있어서 편집이나 디자인에 도움을 줄 사람을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고, 책을 발간하기 위해서는 최소 150만원의 초기 투자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조수룡 학생은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계속 시를 써왔다. 그러던 어느 날 ‘부크크’라는 독립출판 플랫폼을 접하게 되었다. 이곳을 이용하여 책을 제작하면 단 한 권이라도 책을 찍어낼 수가 있다. “우리 대학의 학생자치기구 중 하나인 생활도서관 ‘열린글터’에 들른 적이 있는데, 그 곳에서는 학우들을 위해 중앙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독립출판물을 구입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독립출판물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하지만 독립출판인 만큼 책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은 단독적으로 해내야 했다. 글은 여태까지 준비해온 시들이 있었지만, 이를 주제별로 분류하고 배치하는 것은 그가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었다. 조수룡 학생은 “내지 디자인만 3주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표지 디자인은 미리 생각해둔 것이 있었기에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친형의 도움을 받아 포토샵을 이용하여 3일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시를 쓸 때에 항상 공책에 적어왔고, 최근에 쓴 공책이 빨간색이었기에 표지를 빨간색 공책으로 꾸미고 싶었어요. 첫 시집인 만큼 공책의 느낌을 살린 표지를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그는 예상보다 빠르게 책을 완성하면서 급하게 작업한 감이 있다고 덧붙이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표지 제목은 ‘The book Dyed by Alkanet’이라고 썼는데, 내지 제목에는 수정할 때 오류가 있어서 ‘Dyed by Alkanet’이라고 쓰는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그는 작은 실수가 독립출판의 묘미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독립출판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에게 저작권을 특히 주의하라”고 당부하였다. 글이 책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가격이 붙여지고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용에 있어서 책임이 뒤따른다. 또한, 보기 좋은 폰트와 읽기 좋은 폰트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단순히 보기 좋은 폰트는 인쇄물로 발간되었을 때에 가독성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수룡 학생의 시집 ‘The book Dyed by Alkanet’에서는 ‘머리말’ 부분이 비워져있었다. 이것은 작가의 의도가 담겨진 부분이었다. “대게 머리말은 책을 쓰거나 편집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신 분께서 써주는 경우가 많은데, 제 시집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작업을 했기에 ‘머리말’은 이 책을 읽을 독자가 채우는 부분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비워두었습니다.”

시집이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그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게 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누군가를 위로해줄 수 있는 시가 되길 바라면서 창작했다는 그는 자신의 손으로 만든 시에 대해 왠지 모를 연민을 느꼈다. 시를 쓰는 것보다도, 책을 출판하는 것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시를 접하면 좋겠다는 고민이 그에게는 가장 힘들었다. 그의 시 중에는 ‘토’라는 시가 있었는데, 이 시는 한자에서 옆에 조사와 같이 붙이는 ‘토’처럼 중요하지 않게 느껴지고 내버려지는 시들에 대한 연민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스스로 시를 써서 책으로 출판하기까지 많은 인고의 과정이 있었을 조수룡 학생, 앞으로 문학공부를 더하여 소설을 출간하고 싶다는 그의 행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