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만나요

여러분은 지금까지 들은 대학 강의 중 기억에 남는 단 하나의 강의를 고르라면 고를 수 있겠는가? 비슷한 수업방식으로만 강의를 들어온 일반 학생들이 단 하나의 수업을 뽑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비슷비슷한 주입식 강의들 속에서 조금 더 특별했던 강의를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틀 자체가 독특한 강의라면 어떨까? 곧바로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교수님과의 상호작용이 많이 일어나면서 수업방식도 독특한 수업이 있다면 누구든지 한번 들어보려고 할 것이고,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이번 호 웹진에서는 평생 잊지 못할 수업을 수강하고 그 감동을 에세이로 남긴 황성재 학생을 만나보았다.
 
 우리 대학 교수학습센터가 주최한 ‘다시 듣고 싶은 수업’ 에세이 공모전은 좋은 강의를 발굴하여 강의의 감동을 재학생들에게 알리고자 2006년부터 실시한 공모전이다. 1인당 2편까지 응모할 수 있도록 하여 개별 학생들의 시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장려상을 제외한 우수상과 최우수상은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로 나누어 시상하여 상대적으로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공계열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게 배려했다. 또한 1학기에 재학했던 휴학생도 응모가 가능하다.
 황성재 학생은 총장상인 인문사회계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우연히 인문대 게시판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고 시작할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는 취지도 좋고, 써야 하는 글의 종류도 에세이여서 특별히 글 솜씨가 유려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부담 없이 공모를 준비했다. “공모전 중에 제일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 공모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구든지 꼭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무언가에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고, 글을 적으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들이 다 쌓여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덤으로 상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좋고요.”
 
 황성재 학생은 ‘다시 듣고 싶은 수업’ 에세이 공모전 포스터를 본 순간 김규종 교수의 러시아문학사 강의가 떠올랐다고 한다. 매시간 학생들에게 애정 어린 충고와 일침을 날리시는 교수님과 생전 처음 접해보는 독특한 강의 방식 때문이었다. 그가 수강한 김규종 교수의 러시아문학사는 플립드러닝 강의였다. 플립드러닝이란 수업 전에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학생 스스로 학습한 뒤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수업에서는 지식의 전달을 최소화하고 문제풀이, 토의 및 토론 등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높인 교수 학습 방법을 의미한다. 이때 사용되는 인터넷 강의는 교수가 직접 가르치는 모습을 촬영한 형태다. 황성재 학생은 PC는 물론 모바일 기기에서도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것을 플립드러닝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의 에세이에도 그 만족감이 드러나 있었다. “제 경우에는 본가가 있는 부산에서 학교로 가는 기차에서 종종 수업을 듣곤 했는데, 가만히 이동만 했다면 버려졌을 시간에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어요. 앞으로도 이 강의를 생각하면 차창 밖으로 낙동강이 보이고, 노을이 지는 광경에 잠시 강의를 멈추었던 것이 기억날 것 같습니다.”
 

(단체 사진 출처. 교수학습센터)

 
 이렇게 인터넷 수업을 들으면서 필기를 한 뒤 듣는 수업은 기존 방식의 수업과는 이해의 질이 다르다. 그래서 황성재 학생도 플립드러닝을 강조하기 위해 에세이 제목을 ‘거꾸로 수업에서 배운 교훈’이라고 지었다. ‘거꾸로 수업’은 플립드러닝의 별칭이다. 인터넷 수업을 미리 들은 덕분에 강의실에서는 진도를 나가야 하는 수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교수님이 아침은 먹었는지 와 같은 가벼운 질문을 시작으로,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특정 인물과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토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수강생과의 대화 시간을 늘리니 수업 분위기도 한층 더 부드러워질 수 있었다. 강의 내용 외에도 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성인 독서량, 부족한 한자 실력 등을 언급하며 대학생이 갖추어야 할 교양에 대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 교수님 덕분에 학생들 모두 지식 뿐 아니라 마음도 풍족하게 채울 수 있었다.
 
 수업 현장에서의 좋은 기억이 많았던 만큼 그 마음을 글로 담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황성재 학생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제출기한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도 어쩔 수 없이 고치지 못하고 내야 했던 게 마음에 걸려요.”라고 말하며 다시 글을 수정할 수 있다면 어색한 문장이나 표현을 고치고 싶다고 전했다. 본인은 제출한 글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최우수상을 받은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에게 자신의 글과 다른 사람들의 글을 비교했을 때 본인만의 차별점이 무엇이었을지 물어보았다. “글의 주안점을 강의가 얼마나 혁신적이었는지, 다른 강의와 어떤 점이 다르고, 학생들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두고, 에피소드를 들어 구체적으로 적어서 좋은 평가를 해주신 것 같습니다.” 황성재 학생은 에세이를 적으면서 다시금 수업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니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한다.
 
황성재 학생은 보다 적극적으로 인문학 수업을 듣고 싶은 학생들에게 ‘김규종 교수님의 러시아문학사’ 수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전달식의 수업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교수님과의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 수업에서 얻어 가는 것이 많았다고 한다. 미리 강의를 듣고 그곳에서 얻은 힌트를 응용해 토론에 참여하고, 발표 PPT를 만들면서 예상되는 질문과 그에 대한 대비책도 더 치밀하게 준비할 수 있어 더 깊게 공부할 수 있었다. 웹진은 황성재 학생의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하며 우리 대학 학생 모두가 졸업 전에 감동적인 수업 하나씩을 마음속에 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