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만나요

강의실에 앉아서 이론을 배우다가 현장에서 이를 활용해 직접 부딪히는 느낌은 사뭇 새로울 것이다. 건축을 예로 들어보자. 우선 목적에 맞는 건물을 어떻게 설계하는 지에 대해 공부한 다음, 초석과 주춧돌을 단단히 다진 후에 축조물을 쌓고 다듬는다면 그 건축물은 무엇보다 튼튼할 것이다. 이렇듯 수업을 통해 기초적인 이론을 튼튼하게 배우고, 이를 활용해 현실에 적용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번 호 웹진에서는 ‘제3회 대학생이 만든 전자현미경 대회’에서 공동우승을 한 KNU phy팀을 만나보았다.
 
 제3회 대학생이 만든 전자현미경 경진대회(이하 대학생 전자현미경 대회)는 대전에서 진행된 대회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연구장비개발본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첨단측정장비센터, 나노종합기술원 한미나노기술 공동연구센터가 주관했으며 산학협동재단과 코셈이 후원했다. 이 행사는 작년 여름에 시작되어 6개월간 진행되었다. 참가 대학생들은 각각 팀을 이루어 발표 준비와 피드백, 설계를 직접 담당했다. 최종 발표와 시상식은 지난 20일 오후 1시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열렸다. 학생들은 이날 6개월 동안 전자현미경을 만들어온 과정을 발표했다. 아이디어 기획부터 위기 시 문제해결 내용을 설명하는 한편 직접 제작한 전자현미경의 성능을 선보이며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았다.
 최영록 학생과 송지완 학생은 이 대회에서 충북대 팀과 함께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두 학생들에게 대회에 참여한 소감을 물어보았다. “‘KNU phy’라는 팀명은 크누피라고 읽으며 두 명의 물리학도로서 물리학의 앞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입니다. 물리학을 배우는 학생으로서 이런 대회에서 상을 받아 영광스럽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하며 힘든 점도 많았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는데 심사위원 분들이 이 점을 알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완벽한 전자현미경을 만들 수는 없었지만, 제작하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심사위원 분들이 미흡한 부분에 대해 알려주셔서 좋았습니다.”
 
 최영록 학생은 물리학과 조연정 교수님의 제의로 이 대회에 참가했다. 전자현미경대회에 참여함으로써 수업시간에 이론으로만 배웠던 내용을 설계, 제작 과정에 직접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송지완 학생은 최영록 학생의 제안을 받고 참여하게 되었는데, 대회가 장장 6개월 동안 진행된다는 소식에 조금 당황했지만 선뜻 팀에 합류했다. 처음에는 4명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대회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2명이 팀을 떠났다. ‘그만 포기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대회에 임했다. “2인 1조가 되다 보니 웬만하면 불만이 있어도 서로 말을 하지 않았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상대방에게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버틴 것이 대회 진행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제작을 하다보면 잘 안 풀릴 때도 있는데, 그런 문제가 생기는 날에도 속상한 마음을 누르고 실험실을 지키며 꾸준히 도전했어요.”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설계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주최 측으로부터 현미경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을 교육받았다. 이후 실험을 진행하면서부터는 주최 장소에 가서 진행과정과 설계에 대한 발표를 3번 해야 했다. 설계에 대한 발표는 8월에, 진행과정에 대한 발표는 9월과 12월 두 번에 걸쳐 실시되었다. 대회가 진행되는 몇 달 동안 대전을 수없이 오가며 발표를 준비하던 도중에 고난을 겪었다. 송지완 학생이 대회 도중 사고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9월 발표 전에, 제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사고가 나서 통깁스를 한 상태로 발표를 준비했어요. 학생으로서 학업에도 열중해야한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함께 지쳐있었던 터라 더욱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때에 두 사람 곁을 지켜준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다. 바로 우리 대학 물리학과 교수님들이다. 교수님들이 설계 프로그램 의뢰와 도구 대여를 도와주는 등 두 학생의 ‘멘토’가 되었다고 한다. “김홍주 교수님, 조연정 교수님, 그리고 양기원 교수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캐드를 의뢰하는 것이 가장 겁이 나고 걱정되는 일이었는데, 교수님들의 도움을 받아 더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아요.”
 
 힘든 만큼 결실은 달콤했다. 전자현미경은 전자 빔 사이즈가 작을수록 좋은데, 두 학생이 제작한 전자현미경의 전자 빔 사이즈가 굉장히 작아서 심사위원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또한 복수전공자나 전자공학과 학생이 아니라 순수 물리학과 학생이 이런 제작과정까지 온 것이 대단하다고 평가받았다. 칭찬 이외에도, 두 사람이 만든 전자현미경에 대한 알찬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현미경에 코일을 감는 기계부분이 있었는데, 저희는 이 부분에 대해 기계적으로 해결하려 했어요. 하지만 심사위원 분께서는 손으로 감는다면 더욱 대칭적이고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조언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자연과학대학에서 이런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정말 좋은 기회에요. 순수학문을 공부하다 보면 이렇게 제작을 하는 경험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이론적으로 계속 배우기만 했는데 직접 손으로 이것저것 실험을 해보니까 학업에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공학적 설계를 요하는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송지완 학생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가질 것’을 강조했다. “만약에 제작 설계 경진대회를 시작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7월부터 1월까지 진짜 수많은 고비들이 있었고 잘되는 게 하나도 없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2~3일에 한 번씩은 만나서 만들어보고 회의했었어요. 그래도 12월까지 크게 잘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저희가 무언가 성과를 거둔 순간은 막상 대회 끝 무렵인 1월 즈음이었어요.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의 단맛을 느끼는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순간은 저희가 다음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어요. 우승이라는 결실도 저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얻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일찍 포기했다면 실패만 하다가 끝났었겠죠.”
 
최영록 학생과 송지완 학생 모두 이 대회가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최영록 학생은 전자현미경 대회를 계기로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로 다짐했고 송지완 학생은 입자 연구 쪽으로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두 학생은 ‘우승’이라는 명예보다, 대회에 참가하며 6개월 동안 부딪혔던 과정이 더욱 값지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학생리포터는 대회에 참가해 교훈을 얻은 두 학생처럼, 우리 대학 학생들이 강의실에 앉아서 학습하는 것 이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첨성인이 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