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만나요

우리는 전공 수업에서도, 여가 시간에도, 정보를 얻을 때에도 책을 사용한다. 그만큼 현대인에게 책은 늘 옆에 지니고 다녀야 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책은 물리적인 힘이 조금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눈으로 읽어야 하고 손으로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일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여기, 지체장애인의 이러한 불편함을 한층 덜어내 준 학생들이 있다. 이번 호 웹진에서는 우리 대학 CK 사업단에서 주최하는 캡스톤디자인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전자공학부 고형민, 김대권, 이주원, 이도영 학생을 만나보았다.
 
 캡스톤디자인은 산업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공학 계열 학생들에게 졸업 논문을 작성하는 대신 작품의 기획부터 설계, 제작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교육 과정을 뜻한다. 우리 대학의 전자공학부는 종합설계프로젝트라는 강의로 학생들에게 캡스톤디자인을 가르친다. 종합설계프로젝트는 전자공학부 학생들이 졸업 요건으로 1년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수업이다. 캡스톤디자인경진대회란 종합설계프로젝트 강의가 끝나는 2학기 말에 개최되어 학생들이 조별로 만든 작품을 경연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대학 CK 사업단 중 하나인 스마트전자 특성화 사업단에서 한 학기당 7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무수한 전자공학부 학생들이 참가한 올해의 캡스톤디자인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집요정’ 팀은 놀랍게도 초면인 사람들끼리 이룬 팀이다. 보통 친구끼리 조를 만들어 작품을 준비하지만, 조장인 고형민 학생은 인상이 좋아 보이는 세 명의 학우에게 함께 팀을 이루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같은 조가 된 네 학생은 주제 정하기라는 큰 난관에 부딪혔다. 대부분의 종합설계프로젝트 강의와 달리 집요정 팀 강의의 교수님은 자유주제를 던졌다. 더불어 특허가 없는 것을 요구했다. 학생들은 그렇게 3월을 도서관 스터디룸에서 주제 회의를 하며 보냈다. 주제가 나올 때마다 관련 특허가 있는지 확인을 하고 기술 가능성을 체크를 했다. 교수님과의 면담을 앞둔 전날 밤 10개 정도의 주제가 정해졌다. 그 중 하나가 지체장애인을 위한 책 넘김 장치이다. 밤을 새던 이주원 학생은 우연히 인터넷에서 안구전도센서를 발견했다. 며칠 전 고형민 학생과 손동작만으로 책을 넘길 수 있는 장치에 대해 이야기했던 기억도 떠올렸다. 지도 교수인 이인수 교수는 의미 있고 도전적인 주제라며 이 아이디어를 추천했다. 이를 종합해서 집요정 팀은 ‘지체장애인을 위한 연구 움직임 및 음성 인식 자동 책 넘김 장치’를 제작하기로 정했다.
 대량 구매를 목적으로 하는 IT 제품은 지체장애인 등 소수자를 주요 고객으로 삼으면 이익이 잘 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제품은 제작을 잘 안 하는 경향이 있다. 고형민 학생은 이러한 환경에서 지체장애인을 위한 장치는 학생들이 제작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판단을 했다. 그들이 설계하고 제작한 장치는 안구 움직임과 음성 인식으로 책을 넘길 수 있다. 안구를 위로 움직이면 책이 다음 페이지로, 아래로 움직이면 이전 페이지로 책을 넘길 수 있다. 음성 인식 시스템도 도입되어 있으므로 ’다음 장‘과 ’앞으로‘라는 단어에 장치가 반응한다.
 종합설계프로젝트 강의는 매주 수업시간마다 조별로 일주일간의 제작 과정을 발표한다. 그래서 그들은 매주 한 번씩 IT대학 캡스톤디자인실에서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제작을 했다. 주제가 정해졌지만, 기계를 디자인하고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준비된 환경에서 실습했던 학교 수업과는 달리 디자인을 하고 필요한 부품을 직업 찾아내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필요한 부품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진행 중 디자인이 수정되어 필요 없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겨 프로젝트 진행이 멈출 때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누군가 더 적게 혹은 많이 일을 한다고 느낀다면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각자 맡은 역할을 끝까지 수행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서로 존중하며 해결법을 찾기 위해 힘내준 좋은 팀원들을 만난 게 좋은 결과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한다.
 
 집요정 팀은 캡스톤디자인경진대회 대상 수상에 이어 전국 대학생 논문경진대회에서도 금상을 받았다. 숙명여대에서 개최한 ’2018 한국정보기술학회‘ 대학생 논문경진대회에서 이들은 캡스톤디자인경진대회에서 준비했던 주제로 논문을 써 두 번째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렇듯, 이번 프로젝트는 집요정 팀에게 1년간의 활동 중 제일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학생들의 대회 참여 후기를 좀 더 깊이 들어보았다. 이도영 학생은 이 대회가 본인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3학년이 끝나는 시점까지 진로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전자공학부는 진출할 수 있는 경로가 많으므로 어떤 분야가 가장 적합한지에 잘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모터제어를 위한 알고리즘 작성을 이도영 학생이 맡았는데, 그 과정에서 큰 재미를 느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진로를 소프트웨어로 잡게 되었다. 고형민 학생은 기술 사각지대에 있는 소수를 위한 장치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가장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이러한 꿈을 꿀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이인수 교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대권 학생은 주제 선정부터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4년간 학교에서 배운 전공지식을 활용하였기에 단순히 지식만을 쌓던 강의와 다르게 직접 전공지식을 이용하고 응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주원 학생은 졸업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전공지식 외에도 필요한 지식을 익혀서 완성했기 때문에 활용 능력이 많이 향상되었다. 완성하기까지 힘들었지만 대학 생활의 마무리가 집요정 팀과 함께여서 행복했다고 전했다.
 
집요정 팀이 제작 및 설계한 지체장애인을 위한 책 넘김 장치는 본인들에게도 대상 수상 및 소중한 경험이라는 큰 자산이 되었지만 기술 소외계층에게도 보다 편하게 일상생활의 한 부분을 영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책은 크기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활자들은 독자들에게 인생의 희노애락을 알려준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지식을 쌓고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기에 인생에서 독서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우리 주위의 기술 소외계층이 더 이상 불편함을 겪지 않고도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든 전자공학부 네 명의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