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U 피플

대학교수나 연구원이라면 ‘평생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의 논문이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리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염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공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사이언스(Science)’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서 발행하는 과학 전문 주간지다. 1880년 에디슨의 투자로 창간된 사이언스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우주과학 등의 과학 전 분야를 속속들이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이번 호 웹진에서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제1저자로 논문을 등재해 화제가 된 신소재공학부 이상욱 교수를 만나보았다.
 
 사이언스에 논문 등재를 신청하고 수락 이메일을 받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네요. 그때의 희열은 교수에 처음 임용되었을 때의 감정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이후 제 논문의 사이언스 등재 소식이 신문 기사에도 나고 주변 분들에게 전달되면서 축하를 많이 받았습니다. 주위에 계시는 교수들과 연구원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많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많은 선배 연구자분들이 그간 어려운 연구 환경에서도 고분군투하며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왔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발전에 있어서 한 방울이라도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영광스럽고 기쁘네요.
 
 
 어떤 물질이 열을 이동시키는 능력을 그 물질의 ‘열전도도’라고 합니다. 물질 내에서 입자들은 진동을 통해 열을 전달하고, 그 입자들의 진동에너지가 높아지면 물질의 온도가 증가합니다. 열을 전달하는 입자는 분자 또는 전자가 될 수 있는데, 이 입자들이 열을 전달하는 정도의 합이 열전도도가 됩니다. 전자에 의한 열전도도는 온도가 일정한 물질에서 전기전도도에 비례하여 커지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밝힌 것은 ‘전기전도성이 높은 물질이 열전도성이 높다’는 통상적인 물리법칙(Wiedemann–Franz law)을 따르지 않는 이산화바나듐(VO₂)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산화바나듐(VO₂)은 68°C를 기점으로 이하의 온도에서는 부도체이지만, 이상의 온도에서는 전기전도도가 1,000배 이상 증가하는 전도체로 변하게 됩니다. 그러나 전자에 의해 늘어난 이 열전도도는 일반적인 금속 물질의 열전도도에 비해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매우 작은 값을 보였습니다. 이와 같이 전기전도도와 열전도도 사이의 기존 물리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이산화바나듐(VO₂)과 같은 물질을 보고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특성을 보이는 물질에 대한 연구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이와 같은 성질을 이용하여 전기전도도는 증가하지만, 열전도도는 증가하지 않는 새로운 소재와 소자의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구든 다른 무엇이든 그 일에 열중하다 보면 슬럼프가 올 때가 있죠. 그 일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냈을수록 좌절 또한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에 저는 두 가지 해법 중 하나를 사용하였습니다. 한 가지는 여행을 떠나서 머리를 완전히 비워내는 것이며, 다른 한 가지는 밤을 새우더라도 더욱더 악착같이 그 일에 매달리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을 비우고 며칠 후에 차근차근 실험설계를 다시 짚어본 적도 있으며, 한 달에 반 이상을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밤낮 없이 연구에 몰두한 적도 있답니다.
 한 번은 박사과정이 끝나갈 무렵에 이산화타이타늄(TiO₂)의 결정구조에 대해 연구하다가 X선 회절을 나타내는 그래프에서 이전까지는 보지 못한 기이한 피크(peak)를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는 여러 데이터를 찾아봐도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그 후 약 1년 간 연구를 진행하면서 신기한 점을 발견해냈습니다. 그 피크(peak)로 확인할 수 있는 미세구조가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공기 중의 습도가 전해질의 수분 농도를 변화시켜 영향을 주었던 것이죠. 이 에피소드를 통해 실험에 있어서 변수의 제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태까지도 열전소재와 나노소재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는데요.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관련된 신소재들의 새로운 모습에 대해 계속 연구를 할 것입니다. 현재 에너지 개발의 최근 동향은 원자력 산업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증가시키는 것인데, 제 관심분야 역시 이 시대의 흐름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유기물과 무기물이 같이 배열하여 하나의 결정 구조를 이루는 특별한 구조의 소재인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Halide Perovskite)’를 이용한 태양전지를 연구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두께가 500nm 정도로 매우 얇은 박막형 전지로서, 가격·공정·효율 등의 측면에서 모두 뛰어난 면을 가지고 있기에 안정성만 확보된다면 차세대 태양전지의 소자에 널리 이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 비해 대학생들의 삶이 많이 팍팍해진 것 같습니다. 꿈이 없는 학생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에게 더욱 공정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이루고 싶은 목표를 향해 조금씩이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면 결국에는 원하는 지점에 다다르게 될 것이니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또한, 스스로 잘할 수 있고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대학생 때에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재미있는 경험도 쌓고 적극적으로 대학생활을 즐겼습니다. 공부보다도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대신 관심 있는 활동이라면 밤을 새워가면서까지 몰두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대학 시절에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여기저기에 부딪혀보며 본인의 목표를 찾길 바랍니다.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를 차근차근히 해나간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