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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호 환상을 현실로 바꾼 ‘도전’이란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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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생리포터 작성일 2021/06/01 조회수 2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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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으로 해외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자연스레 난 상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상상 속 나의 모습은 어느 평화로운 유럽의 한 마을에서 바구니에 빵과 과일이 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비는 중이었다. 늘 도시에서 살았지만, 관광지보다는 자연으로 여행 가기를 좋아하던 나에게 그 짧은 상상 속 장면은 스스로 꽤 큰 인상을 남겨주었던 것 같다. 지나가는 여행자보다는 머물며 살아가는 거주자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개월을 보내고 싶었다. 전공학점이 꼭 필요했기에 파견교 리스트 속 소속학과와 비슷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는 학교를 샅샅이 찾아보았다. 리스트를 훑던 중, 잘츠부르크라는 이름에 눈길이 멈췄다. 휴학 도중 활동했던 뮤지컬 동호회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작품에 스태프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음악으로부터, 배경으로부터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공연 도중 큰 실수도 있었지만 늘 마음속에 아련하게 남아있던 작품이었다. 자연스레 마리아와 일곱 명의 아이들이 뛰어다니던 정원과 뒷산의 장면에 내가 들어가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잘츠부르크 대학은 모차르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흔히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도시 잘츠부르크에 있는 종합대학교이다. 조금은 어이없고 섣부른 선택이었지만, 확신에 찬 나의 1지망 파견교는 잘츠부르크 대학으로 정했다. 파견 직전 학기에 현장실습을 하게 되어서 사실 교환학생 준비에 많은 시간이나 노력을 붓지는 못했다. 첫 학기에는 단지 가득 찬 자신감만을 가지고 비행기에 올랐다. 운이 좋게도 너무나 좋은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을 만나 큰 어려움 없이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늘 더 깊은 대화를 할 수 없고 내 감정과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그러던 중 코로나 19 상황으로 예기치 않게 조기 귀국을 했고, 재파견을 결심했다.

그 사이 기간이 나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충분하지 않은 기간이지만 조금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회화를 연습했고 잘츠부르크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가끔 전화도 하며 스피킹 능력을 조금이나마 향상했다. 또 일전의 경험으로 언어가 단순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닌 문화를 주고받는 매개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더 제대로 다가가기 위해 기초 독일어도 공부했다. 한동안은 조기 귀국을 후회하기도 했는데, 이때 보냈던 시간은 오히려 나에게 더 큰 도움이 되었다. 좀 더 익숙해진 영어는 새로운 친구들과 좀 더 쉽게 대화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익혔던 독일어는 나에게 잘츠부르크에 대한 소속감을 높여줬다. 그런 후 다시 오스트리아로 갈 준비를 할 때, COVID -19 전염병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대사관이 문을 닫은 것이다. 처음엔 긍정적으로 기다렸지만, 출국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긴장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업무를 일부 재개했고 출국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역사 속 모습이 보존되어있는 도시답게 아주 예쁜 장소들이 여럿 있다. 특히 법대 건물의 도서관, 우니 파크(Unipark) 건물 옥상에서 바라보는 호엔잘츠부르크성의 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잘츠부르크 대학교는 자체 기숙사가 없어 사설 기숙사를 이용해야 한다. 처음엔 알아보는 것이 번거로웠지만 여러 학교, 직장에 다니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수업 유형이 강의 형식의 Lecture, 발표와 토론 위주의 Seminar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Seminar 수업의 경우 학생들이 주제를 가지고 실제로 발표를 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활발하고 다들 열정을 가지고 있다. 교수님들도 다양한 의견을 맞다 틀리다가 아닌 그대로 존중해주시는 분위기였다.

왜 잘츠부르크로 교환학생을 오게 됐냐는 나의 질문에 10명 중 7명의 친구는 '하이킹'을 꼽았던 것 같다. 그런 지역답게 모든 사람이 스포츠를 굉장히 즐긴다. 아침저녁으로 강가에서 뛰는 사람들, 주말이면 가족 전체가 근처로 하이킹하는 모습이 너무 당연해 보인다. 처음에 도로에 있는 자전거 표시를 계속 따라가다 정신을 차려보니 도로 한복판을 달리고 있어서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금방 적응해서 어디를 갈 때마다 자전거와 함께했던 것 같다.

오스트리아, 특히 잘츠부르크는 자연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근교로 조금만 나가면 아주 예쁜 호수들과 전망 좋은 산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물의 색을 잊을 수가 없다. 기차를 타고 달리면 창밖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고 해 질 무렵 하늘을 바라보면 오묘한 색깔이 그저 아름답다. 저 멀리 보이는 초록색 산과 그 중턱에 자리 잡은 몇 채의 집은 부러움과 설렘을 준다. 그 풍경에 눈을 딛고 자전거에 올라 바람을 거슬러 달리면 동화 속을 거니는 기분인데, 발 닿는 모든 곳이 세계 명작이었다.

일교차가 크기로 유명한 한국의 날씨도 오스트리아의 4월 앞에서는 뼈도 못 추릴 것으로 생각한다. 바로 어제 꽃이 피고 반팔을 입었는데 오늘은 눈이 내리는, 참 신기한 곳이다. 많은 사람이 쨍한 햇빛 아래 잘츠부르크를 방문하고 난 후 인생 여행지로 기억하는데, 사실 잘츠부르크의 디폴트 색깔은 회색이다. 도시 이름을 소금(잘츠, Salz)이 아닌 ''에서 따와야 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만큼 흐린 날이 대부분이다. 처음엔 가끔 있는 맑은 날이 너무 예뻐 보여 잘츠부르크는 맑은 날이지!’ 생각했는데, 회색의 잘츠부르크도 그만의 매력이 있었다.

 

잘츠부르크에서 맞이한 첫눈 오던 날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원래 눈을 좋아해서 잘츠부르크에서도 눈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워낙 변화무쌍한 날씨 변화에 기상예보가 소용없는 곳임에도 날씨가 추워지고 나서는 매일 앱을 확인했고 80% 가 넘는 확률에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을 때였다.

그날 기숙사 친구들과 공용부엌에서 파티 후 유독 너무 피곤해서 일찍 방으로 가려 했는데, 잠깐 친구와 얘기하는 도중에 창밖으로 무언가 반짝하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첫눈이다! 3초 만에 옷을 챙겨 입고 다 같이 달려 나가 눈을 맞이하던 그 기분을 잊을 수 없다. 새벽 다섯 시까지 온몸이 다 젖도록 함께 눈싸움했는데 정말 신났다. 마지막으로는 삽으로 눈을 모아 눈사람을 만들었다. 기숙사 사감의 이름을 따 Conrad라고 지어주고 코로나 시대답게 내 KF94 마스크도 하나 씌워주었다. 다음 날 아침에 기숙사 앞을 지나가는 모든 동네 주민들이 한 번씩 발걸음을 멈추고 Conrad와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했던 기억이 난다.

잘츠부르크에 도착해서 약 3주 동안은 세상에서 가장 즐겁게 지냈다. 잘츠부르크 대학교는 2주라는 긴 시간 동안 오리엔테이션이 있는데, 단순 정보 전달뿐 아니라 여러 문화체험, 도시 투어, 오스트리아식 저녁 식사 등 다양한 이벤트도 같이 진행한다. 이 기간에 매일같이 친구들과 파티도 하고 클럽도 가고 펍도 갔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만 흥이 많은 게 아니구나 싶었다. 주말이면 근교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햇빛 좋은 날이면 강 옆 잔디에 누워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진짜 오스트리아식놀이 문화를 짧고 굵게 즐겼다.


교환 학생을 다녀온 후 좀 더 열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엔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내 기준에서 납득할 수 없는 문화적인 충격도 많이 받았다. 완전히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접하며, 자연스레 이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어떠한 견해든 가능한 내 판단이 들어가지 않은, 그대로의 생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또 앞으로 어떠한 순간이 다가왔을 때 두려워하지 않을 근원이 생겼다. 가족과 아주 멀리 떨어진 외국에서 전혀 모르는, 말조차 제대로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그 속에서 거의 처음 해보는 요리, 장보기 등의 자잘한 도전까지, 그저 모든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이 너무 아쉬웠던 만큼 만족스럽고 행복한 일상을 보냈고 스스로 어딜 가서든, 무얼 하든 굶어 죽지 않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다. 앞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에 이 경험을 떠올리며 자신 있게 첫발을 내디딜 것이다.

 

​(사진 출처. 박경원 학생)


 

  얼른 코로나가 종식되고 바라던 일상이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은 확신할 수 없고 크고 작은 변수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뭐든 도전 할 수 있을 때 망설이지 않고 도전하길 바란다. 교환학생으로 지내는 시간이 충분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지나고 나면 좀 더 여행할 걸, 좀 더 경험할 걸 하는 후회가 들 수도 있다. 한정된 시간이지만 매 순간을 가득 채워나간다면 더욱더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코로나 시대에 교환학생을 가려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에 대한 대답을 먼저 해보라는 것이다. 분명 좋은 시기는 아니지만 특별한 시기는 될 수 있다. 때에 따라 COVID-19 상황이 좋은 기억으로 혹은 나쁜 기억으로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특히 교환학생을 가려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나는 여행이나 수업의 기회를 조금 포기하고서라도 그 공간에서 섞여 들어가 살아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 시기라 더욱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목적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시간과 비용, 노력을 들이는 만큼 인생에서 행복하고 잊지 못할 순간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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