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호 러시아 게르첸 사범대학 교환학생 다녀온 김형섭 학생
작성자 | 민가혜 | 작성일 | 2015/03/31 | 조회수 | 6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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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 추운 날씨, 푸틴 등 러시아를 떠올리면 많은 것들이 생각날 것이다. 그중에서 나는 교환학생을 가서 만났던 러시아 친구 ‘율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율랴’는 멋진 외모뿐만 아니라 지성미까지 갖춘 인상적인 친구였기 때문이다. 한 번은 문학수업이었는데,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는 시가 있으면 읊어보라고 하셨다. 그러자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은 쭈뼛쭈뼛 서로의 얼굴만 보기 바빴다. 하지만 ‘율랴’는 자신 있게 손들며 푸쉬킨의 시를 러시아어로 읊기 시작했다. 물론 이 여학생이 러시아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의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시 한두 편쯤은 외우고 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는 달리, 러시아에서는 책 읽는 풍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게르첸 사범대학은 우리 대학과 다르게 수강신청 제도가 없다. 때문에 학기 시작 전 수강신청으로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기뻤다. 대신 간단한 반 배정 테스트를 통해 반을 나누어 수준별로 시간표가 주어지고 수업이 진행된다. 수준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수업을 듣는 방식이 아니어서 좋았다. 러시아가 조금은 서툴던 나에게 언어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 수업방식이었다. 수업은 공통과목과 특별과목으로 나뉘어 이뤄졌다. 공통 과목으로는 러시아어 회화, 문법, 작문, 음성학이 있고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러시아의 정치, 문학, 영화와 같은 특별수업들이 있다. 나는 평소 관심 있었던 러시아 문학수업을 선택해 들으며 즐겁게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나는 교환학생 기간 동안 기숙사에 살았는데 취사가 금지되어있어 모든 식사는 밖에서 사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렇지만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식당을 찾아다니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기숙사에는 세탁기가 마련되어있지 않아, 빨랫감을 직접 손으로 세탁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근처 세탁소에서 맡겨 해결하곤 했다. 그 당시에는 귀찮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또 하나의 추억거리가 생긴 것 같아 좋다.
(사진 출처. 김형섭 학생)
교환학생 생활에 익숙해져가던 나는 문득 고민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처음 러시아에 도착했을 때는 러시아를 제대로 느껴보고 보람찬 학교생활을 해보자고 결심했었는데, 너무 친구들과 놀기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학교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가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교수님께 털어놓았다. 꾸중이나 잔소리를 각오했던 나에게 돌아온 대답은 “Молодец!(잘했어!)”였다. ‘술 마시는 시간은 줄이고, 공부를 열심히 해라. 그리고 문법은 이렇게, 단어는 이런 식으로 외워라.’라는 예상 대답과는 완전히 달랐다. 교수님께서는 ‘너는 지금 분명히 잘하고 있으며 열심히 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나라, 문화권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그리고 서툴지만 러시아어로 대화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고 하셨다. 이러한 교수님의 칭찬과 격려가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었고, 남은 교환학생 기간을 더욱 충실하게 보낼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러시아 교환학생을 다녀오기 전, 전공에서 늘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던 나는 그곳에서의 생활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러시아에 가니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단어를 몰라서, 혹은 어떻게 말을 해야 될지 몰라 당황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에 반해 러시아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일을 척척 처리해나가는 다른 학생들을 보며,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깨닫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러시아에서 보냈던 시간은 더 큰 세상을 보고 느끼며, 공부에 온 열정을 쏟았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자만이 아닌 노력하는 자신감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교환학생 생활은 앞으로 나의 대학생활은 물론 내 미래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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